건전한 술자리, 훌륭한 건배사만 있어도 충분해요!_베토 나팔총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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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 문화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겠다며 4년째 건배사 '연구'에 매진하는 직장인이 있다.

한국전력공사 충북지역본부에서 근무하는 김선영(56)씨는 2010년 동기들과의 회식자리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동기 한 명이 이제껏 알아왔던 '∼를 위하여' 대신 자신만의 글귀를 만들어 건배사를 해 박수갈채를 받은 것이다.

당시 동기가 외쳤던 건배사는 "오늘은 기분 좋다"로, 거창하지 않았지만 귀에 쏙 박힐 만큼 강렬했다고 한다.

김씨는 "이제까지 건배사는 '상명하복식'으로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건배사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건배사 하나로 술자리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회고했다.

이날부터 김씨는 친구들의 건배사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 기업체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홍보 책자에 실려 있는 건배사까지 모두 요청해 정리했다.

내친김에 직접 건배사 '창작'에도 나섰다.

'형통하게 될지어다', '고객은 항상 옳다', 'Stay hungry, Stay foolish' 등이 그가 가장 좋아하는 건배사다.

그가 이렇게까지 건배사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술자리에서 술 한모금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고 한다.

건배사 전문가인 그도, 신앙생활로 인해 술을 자제하는 '비애주가'다.

그는 "이왕 회식문화를 벗어날 수 없다면 좀 더 건전하고 생산성 있게 즐기는 방법을 찾는 게 좋지 않겠냐"며 "서로 좋아하는 건배사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흥을 돋우면 꼭 술을 마시지 않아도 건배사로 하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두 권의 건배사 모음집을 엮어냈다.

우연히 출판사 관계자를 통해 청주시가 추진하는 '1인1책 펴내기 사업'을 소식을 접하고, 반신반의하며 건배사를 엮어 제출했는데 덜컥 장려상에 선정돼 출판기념회까지 연 것이다.

김씨는 "건배사는 최소한의 단어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모두의 개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건배사를 담아낸 '건배사 백과사전'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