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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승마는 흔히 귀족 스포츠로 인식돼 왔습니다. 최근 정부와 관련단체 등에서 경마 일변도인 국내 마필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말 사육농가와 승마에 대한 각종 지원을 확대하면서 승마 동호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을 돌며 열리고 있는 한 승마대회를 놓고 환경파괴다, 지자체의 혈세 낭비다,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내 승마 계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정부의 마필산업 육성책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점검해 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충남 부여군. 낙화암으로 유명한 부여 백마강변이 거대한 승마 경기장으로 변했습니다. 들판 한쪽은 말을 수송하기 위한 수십여 대의 대형 차량과 말들의 임시 마방이 설치됐습니다. 도대체 무슨 행사가 열리는 것일까? <녹취>박남신(국민생활체육전국승마연합회장):“마필산업 육성 정책에 대한 홍보는 물론.” <녹취>김무환(부여군수):“(이 자리에 나오신)한국 마사회 이우재 전 회장님이 마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말이 40억...한 마리에...” 국민생활체육전국승마연합회가 주최하는 전국지구력승마대회. 말을 타고 강변에 만들어진 10킬로미터 이상의 경주 코스를 달리는 장거리 말 경줍니다. 동호회 소속 전국 각지 승마회원들의 잔치인 셈입니다. 불 끄는 소방차와 산불 진화 차까지 동원됐습니다. <녹취>소방관:“(무슨 용도로 물을 쓰는 겁니까?) 말 열 식히기 위해서 그런 것 같은데요. (열 식히는 건가요?) 저희도 잘 모르는데...(어떻게 연락받고 오셨어요?) 군청에서 연락받고 왔습니다.” 다음날 장애물 경기까지... 총 상금 5천만 원을 놓고 백마강변에서 펼쳐진 승마대회는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승마연합회가 주최하는 지구력 승마대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8월 대회가 열렸던 강원도 평창. 평창강변에서 열렸던 지난 대회는 강을 가로지르는 도강 코스를 위해 임시 다리까지 만들어졌습니다. 대회가 끝난 평창군을 다시 찾았습니다. 군의 지원금 수천만 원을 들여 만들었던 강변 경주 코스는 다시 원상 복구됐습니다. 그렇다면 평창군은 이 대회를 위해 과연 얼마만큼의 예산을 썼을까? <녹취>평창군청 관계자:“철근 다리 놓고 시설물 그리고 자기들이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1억5천만 원 보내주고, 마사회로부터 1억 원 받은 것을 대회 전반적으로 운영하고...” 대회를 지켜봤던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녹취>평창군민:“아무래도 대회하면 자기들끼리 하는 것이지 말 타는 사람들끼리 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들이 운동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녹취>평창군민:“우리가 봤을 때는 재미난 것도 하나도 없고 그냥 하루 경기하는 것 때문에 3~4일씩 난리를 치고 글쎄 뭐 난 평창이 그걸로 해서 여기 (평창) 경기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차라리 그 돈을 갖다 여기 없는 사람들 도와주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평창군 관계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녹취>평창군 관계자:“(대회 주최 측은) 대회를 홍보하고 우리가 이런 것을 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차원에서 반가워하고 반기고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데, 오히려 경계하고 꺼려하는 느낌이 있었어요.” 지난해 경북 영천에 이어 올해 상주, 평창, 부여까지 수억 원의 지자체 예산과 농림부 마사회 지원금을 들여 열리고 있는 승마대회. 국내 마필산업을 육성해 농촌 소득원으로 만들겠다는 취지지만 횟수가 거듭할수록 오히려 안팎에서 잡음이 새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동호회 회원만의 잔치에 지자체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녹취>전국승마연합회 회원(음성변조):“한번 대회를 연다고 하면 지자체에서 1억, 1억5천, 농림부에서 얼마, 마사회에서 얼마 몇 억을 가지고 이 대회를 치루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생활체육회하고 연결을 해서 승마대회를 여는 것을 굉장한 행사로 착각하거든요. 아직은 승마인의 잔치라고 밖에 볼 수 없어요.” 수천만 원의 상금이 걸리다 보니 돈 따먹기 잔치로 변질됐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녹취>전국승마연합회 회원(음성변조):“생활 체육인이 이게 승마 대회 자체가 변질 화되고 고급화되고 엘리트 쪽으로 가 버리고 생활체육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상금 따 먹기에요.” 하지만 협회 측의 입장은 다릅니다. <녹취>국민생활체육전국승마연합회 관계자:“다른 대회는 돈만 들어가는데, 다른 대회 나가야 상금도 이렇게...그러니까 그런 것이 확산이 된다는 얘기죠. 파급 효과를 바라는 거죠. 농림부에서 볼 때는 국산 말을 자꾸 사게 되는 거죠.” 국산말의 생산과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승마대회이니만큼, 상금을 높이면, 좋은 성적으로 입상하기 위해서라도 결국 좋은 국산 말에 대한 소비가 촉진된다는 얘기입니다. 대회를 통해 말 소비를 늘린다는 목적도 효과가 의문인데다, 참가하는 말의 관리, 운영 환경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경기도 남양주 개발제한구역 내의 한 가축 사육 시설. 방대한 크기의 시설은 내부를 전혀 알 수 없는 담장에 CCTV가 에워싸고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말 훈련 시설과 실내외 승마 연습장 그리고 세척시설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실외 경주마 시설과 승마시설까지 갖췄다는 업체의 광고처럼 이곳은 돈을 받고 마주들의 말을 관리해주는 시설입니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목장 용지에 지어진 축사일 뿐 승마장은 아니라는 것이 업체 측의 얘깁니다. 해당 지자체에 확인해 봤습니다. <녹취>남양주시청 관계자:“건축을 했지만 그 합법적인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또 한 동은 합법적으로 허가된 위치가 아닌 다른 위치, 이렇게 쓰고 있다는 게 현재 확인된 것이고, 행정처분대상이고요, 시정명령 대상이고요. 위법한 것에 대해선 원상복구 명령 조치가 진행이 될 겁니다.” 경기도 한강 상류. 역시 개발제한구역 내 빼곡한 비닐하우스 사이로 승마 연습이 한창입니다. 정식 승마연습장으로 허가가 났다는 것이 주인의 설명입니다. 불법 컨테이너 시설로 벌금을 부과 받았지만 시설 그대로 영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녹취>승마연습장 관계자(음성변조):“벌금 535,000원 내고. (벌금내면 끝나는 건가요? 계속 써도 됩니까?) 그럼. 또 나오면 또 내지. 하남시 다 그래요. 만약 이거 하남시에 있는 승마장 다 걸리면요. 만약 이거 터졌다하면 다 터뜨려야 돼요.” 인근에 있는 또 다른 승마장. 비닐하우스 내부에는 말들의 마방이 설치돼 있습니다. 말 사육의 특성상 분뇨와 오폐수 정화 시설이 있어야 하지만 전혀 갖추지 않았습니다. <녹취>승마장 업주:“부정적인 면도 있지만요. 승마라는 게 건강에 참 좋거든요. 그런데 허가내기가 참 어렵다 보니까, 불법 승마장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일대 대부분의 승마장들이 다 그렇다는 것이 인근 업주의 말입니다. <녹취>승마장 업주(음성변조):“논에다 비닐하우스에서 키워서 배설물 그냥 마구 돼버려요. 막 폐수 들어가고...” 경기도 군사보호구역의 한 야산. 차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자 119기마대 훈련장이라고 표시된 곳이 나옵니다. <녹취>훈련장 관계자:“OO승마훈련원하고 119 소방방재청하고 연계돼서 민간 명예소방대원들 훈련하는 곳입니다.” 말 사육 농가에서 일정 크기 이하로 운영하는 농가 형 승마장의 경우 승마장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그 외의 경우 말을 타고, 훈련하는 승마장은 모두 해당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승마용으로 쓰이는 말의 경우 분뇨는 물론 세척에 따른 오폐수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관련 시설은 물론 낙마 등의 사고에 대비한 보험도 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국내 승마장의 2/3는 미인가 불법 승마장이라는 것이 승마장 관계자들의 얘기입니다. <녹취>승마장 업주:“80%가, 80% 이상이라고 불법이라고 봐야 돼 솔직하게. 그게 나도 어떻게 보면 피해자는 피해자지.” 우리나라에서 한 해 생산되는 말은 1,200여 마리. 말의 수요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이 가운데 마사회 경주마를 제외한 나머지 말들은 마사회가 구입해 훈련시킨 뒤 다시 경매를 하거나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남는 말들을 구입해 승마용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지만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충남 예산에 있는 한 승마장. 이 승마장에는 사람들이 타기를 꺼려하는 말이 있습니다. <녹취>OO승마장 관계자:“(말이) 사람을 뒤로 깔고 앉아서 상당히 수준이 있는 교관이 전치 16주의 사고가 난거죠. 제가 이 말을 도로 반납시키려고 제가 마음대로 처분하게 되면 4300만 원을 물게 돼 있어요. 그래서 이것을 생활체육회 보고 도로 가져가라고 해도 소식이 없네요.” 지난해 마사회가 사육농가들의 남는 말들을 구입해 생활체육회에 기증한 말은 모두 30 마리. 장부가액 12억 원, 두당 4천여만 원의 말 무상지원이 결국 돈 낭비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녹취>△△승마장 업주:“(그런 말들은) 솔직한 얘기로 돈 백만 원, 120~130만 원이면 사와요 우리가 사오면...마사회에서 퇴출되는 말 있잖아요.” 국내 승마 동호인 숫자는 2만여 명, 승마장 2백여 개. 농림부와 마사회가 수십억 원의 각종 지원금을 쏟아 부으며 추진하고 있는 마필산업 육성책.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 근본적으로 점검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승마 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