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스폰서 제도’_트레이딩으로 돈 버는 방법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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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중동 걸프 지역에는 '스폰서'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습니다. 외국인이 들어와 일을 하려 할 경우, 반드시 자국인을 '스폰서'로 둬야 하는 제도입데요.. 이 제도를 놓고 말이 많다구요? 네.. 외국인 노동자를 통제하고 인권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현대판 노예 제도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쿠웨이트 정부가 이 제도를 없애기로 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존폐를 놓고 찬반 논란이 뜨거운 스폰서 제도의 실상을 쿠웨이트 현지에서 이영석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라비아 반도 동북부에 자리잡은 입헌왕정국 쿠웨이트. 원유 매장량 천억 배럴로 세계 4,5위를 자랑하고, 1인당 국민 소득이 4만 달러가 넘는 산유 부국입니다. 하지만 국토 면적은 우리 나라 경상북도 크기에 인구는 350만 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입니다. 그나마 자국인 비율은 30% 남짓인 100만 명 가량, 턱없이 부족한 노동력은 인도와 파키스탄,필리핀과 이집트 등 값싼 해외 인력을 수입해 충당하고 있습니다. 수도인 쿠웨이트 시의 한 건설 현장. 30층 짜리 통신 회사 건물을 짓는 대규모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곳 현장에 있는 단순 근로자는 3백 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쿠웨이트 현지인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11월이 됐지만 이곳의 한낮 기온은 30도를 넘습니다. 뙤약볕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외국인 근로자들입니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의 국적도 다양합니다. <인터뷰>아므르 데기디(현장 관리인): "대부분은 이집트 인이고,팔레스타인, 시리아, 파키스탄 등 여러 국적을 갖고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정든 고국을 떠나 머나 먼 이국 땅을 찾은 것입니다. 하지만 남의 나라에서 돈을 벌기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지난해 4월,일자리를 찾아 쿠웨이트에 온 이집트 인 알라아 씨. 부자 나라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 가족들을 부양하려던 그의 부푼 꿈은 금세 깨져버렸습니다. 인력 중개 업자에게 적지 않은 돈까지 지불했지만 쿠웨이트에 도착한 지 한 달 만에 일터에서 해고된 것입니다. <인터뷰>알라아(이집트 인,'비자 장사' 피해자): "아무 데나 네가 원하는 곳에서 일하라며 해고했습니다. 숙소에서도 내쫓았습니다.여기에 아무도 아는 사람도 없는데도요." 외국인들에게 쿠웨이트 고용 비자를 알선해 주는 대가로 돈만 받아 챙기는 이른바 '비자 장사꾼'들에게 속은 것입니다. 알라아 씨는 어느새 근무지를 무단 이탈한 불법 체류자 신분이 돼 있었습니다. <인터뷰>알라아(이집트 인,'비자 장사' 피해자): "어느 날 내가 근무지를 불법 이탈해 수배 대상이고 출국 금지까지 된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알라아 씨는 현지 언론사와 자선단체, 이집트 대사관에도 찾아가 호소해 봤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허드렛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며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인터뷰>알라아(이집트 인,'비자 장사' 피해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제가 책임져야 할 아이들도 있는데.그들이 저를 파괴했어요,제 미래를 망쳤어요." 이같은 '비자 장사'의 배경에는 뿌리 깊은 '스폰서 제도'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외국인이 쿠웨이트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쿠웨이트 인 '후견인'을 두어야 한다는 겁니다. 1960년대 석유 개발로 얻은 막대한 오일 머니로 국가 개발에 나서면서 외국 기업과 인력이 쏟아져 들어오게 되자 생긴 제도입니다. 스폰서라 불리는 후견인 제도는 중동 걸프 지역 국가들만의 독특한 제도입니다. 자국인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은 이들 나라에서 후원한다는 명목 아래 외국인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도입된 게 바로 스폰서 제도입니다. 스폰서에겐 절대적인 권한이 부여됩니다. 스폰서가 동의하지 않으면 외국인은 입국과 출국은 물론 직장을 옮기거나 휴가를 가는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스폰서 제도는 국제 인권 단체 등으로부터 '현대판 노예 제도'라 비난받아 왔습니다. <인터뷰>타비트 알 하룬(ILO 쿠웨이트 지부 책임자): "외국 노동자들이 이곳에서 일하면서 비인간적으로 착취당하고 있습니다.스폰서의 통제 아래 있어 자유롭게 행동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현지인들이 이 점을 이용해 고용 알선 업체에게 돈을 받고 스폰서 권한을 넘겨주는 '비자 장사'가 성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타비트 알 하룬(국제노동기구(ILO) 쿠웨이트 책임자): "고용 알선 업체들이 돈을 받고 외국 근로자들을 쿠웨이트로 데려오면 여기 스폰서들이 그들에게 비자를 주는 대가로 또 돈을 받습니다.이건 '인신 매매'입니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스폰서'들이 직접 그 권한을 악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월급을 주지 않기 위해 거주 비자를 취소해 불법 체류자로 만들어 쫓아내기도 일쑤입니다. <인터뷰>아델 알 담키(박사,쿠웨이트 인권연대 이사장): "(스폰서가)몇 달 동안 월급을 미루다 거주 비자를 취소합니다.그래서 불법 체류자가 되면 당국에 신고해서 붙잡은 뒤 국외로 추방시킵니다." 쿠웨이트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시리아 인 무함마드 씨. 지금은 자동차 부품 가게를 운영할 만큼 여건이 나아졌지만 정착 초기엔 무함마드 씨도 스폰서 때문에 온갖 고생을 겪어야 했습니다. <인터뷰>무함마드(스폰서 제도 피해자): "스폰서가 여권을 압수하기도 하고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기는 것을 막기도 했습니다." 명목뿐인 스폰서에게도 수입의 상당액을 바쳐야 했고, 계약서와 다른 노동 조건도 감수해야 했습니다. <인터뷰>무함마드(스폰서 제도 피해자): "예를 들어 계약서에 8시간이 명시돼 있어도 16시간을 일을 시킵니다.그래도 아무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스폰서 제를 채택하고 있는 다른 걸프 지역 국가들의 경우도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8월 말, 스리랑카 주재 사우디 아라비아 대사관 앞에서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사우디에 가사 도우미로 취업했다 주인에게 학대를 받고 돌아온 한 스리랑카 여성을 위한 시위입니다. <인터뷰>쿠무두니(스리랑카 NGO 대표): "우리는 사우디 주인에 학대당한 여성을 위해 시위 중입니다.우리는 사우디 정부가 범법자들을 법정에 세우길 원합니다." 사우디에서 돌아오자마자 이 여성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끝에 이 여성의 몸에서는 모두 18개의 못과 바늘이 제거됐습니다. 손에 박힌 6개의 바늘은 신경을 건드릴 위험이 있어 빼내지 못했습니다. <인터뷰>아리야와티(스폰서 제도 피해자): “주인 여자가 못과 바늘을 남자 주인에게 주면 나를 붙잡고 달궈진 못과 바늘을 찔러 넣었습니다.소리도 못 지르게 입을 막았습니다." 이 여성은 모진 학대와 고문에도 추방이 두려워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아리야와티(스폰서 제도 피해자): "지옥에서 살았어요. 스리랑카에 도착해서야 마음을 놓았습니다. 병원에 갈 수 없고, 신고도 못했습니다." 실제 걸프 국가에서 일하는 수백만 명의 가사 도우미 상당수가 이같은 인권 침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구타와 성적 학대, 임금 체불을 겪고 있지만 현행 스폰서 제도 아래서는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인터뷰>압둘 라흐만('이주노동자 사무소' 대표): "계약서와 달리 속아서 가사 도우미로 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좌절 끝에 자살을 택하기도 합니다." 지난 2일, 쿠웨이트 의회 본회의장. 쿠웨이트 내부에선 현재 스폰서 제도를 없애는 논의가 한창입니다. 지난 9월, 쿠웨이트 정부가 인권 침해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며 내년 2월 스폰서 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스폰서 제를 없앤 바레인에 이어 걸프 국가 가운데 2번째 결정입니다. 정부 주도로 외국인 고용을 전담하는 공적 기구를 설치해 개인 스폰서가 행해온 인권 침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인터뷰>만수르(쿠웨이트 사회노동부 차관보): "이 기구가 고용주의 요청에 따라 해외 근로자를 직접 데려오고 직접 그들과 계약하게 한다는 게 기본 구상입니다." 하지만 반발도 작지 않습니다. 기득권 상실을 우려하는 쿠웨이트 현지인, 특히 경제계의 반발이 큽니다.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인터뷰>왈리드 알 탑타바트(쿠웨이트 국회의원): "스폰서 제도를 없애는 데는 찬성합니다.하지만 너무 갑자기 바꾸는 건 좋지 않습니다.새 제도가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쿠웨이트 정부는 기존 결정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다른 걸프 국가들도 쿠웨이트의 정책 추진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악습이 하루 아침에 바뀔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인권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떨치고 다른 나라의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쿠웨이트 정부의 결단력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올해 지구촌에서 일어난 최대 재난은 아이티 지진입니다. 나라가 초토화되고 25만명 이상이 숨졌는데요.. 지금도 130만 명이 난민촌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금 아이티에서 콜레라가 급속하게 번지고 있습니다. 만 여 명이 감염됐고 사망자도 8백 명을 넘어섰습니다. 콜레라가 난민촌을 덮칠 경우 막대한 인명 피해가 우려됩니다. 신속한 방역이 이뤄지길 기대하며 특파원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