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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CSI에 나오는 화재감식 요원들은 최첨단 장비를 갖춘 멋진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는 막노동꾼과 진배없죠. 하지만 열정과 자부심은 우리가 더 낫습니다"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현장에서 지난 8일부터 열흘 가까이 감식활동을 벌여 온 국립과학수사연구소(NISI) 물리분석과 화재연구실 김진표 실장. 전기분야 전문가인 김 실장은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냉동창고 화재가 진압되자 마자 동료 11명과 함께 일요일 하루를 빼고 지난 16일까지 매일 시커먼 재와 매캐한 냄새가 가득 차 있는 창고 안에 들어가 화재원인을 규명할 증거수집을 해 왔다. 손전등이 없으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창고 안을 돌아다니며 삽으로 재를 뒤집어 가면서 화인을 밝힐 증거를 찾노라면 몇 시간이 후딱 지나가는 지도 몰랐다. 지하 수백 미터 막장에서 일하다 나온 광부처럼 얼굴과 옷이 온통 검은색 재로 뒤덮인 모습을 하고 나와 근처 식당에서 국밥 한 그릇 후딱 말아 먹고는 다시 창고 안에 들어가 묵묵히 재와 씨름해 온 이들은 국내 최고 권위를 자부하는 국과수 화재감식요원들. 본인들은 화재감정인 또는 화재조사원으로 칭한다. 이번 냉동창고 화재처럼 다중 인명피해가 발생하거나 화인이 명확하지 않아 전문가의 과학적 소견이 필요한 화재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주 임무다. 범죄수사 및 사법재판에 필요한 증거물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규명하는 연구소인 국과수에 소속된 화재조사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이들의 내놓는 감정결과물에 대한 공신력은 단연 국내 최고다. 서울에 있는 국과수 본소를 비롯해 남부.서부.중부 분소에 소속된 화재조사원을 합치면 총 12명. 이들 중 6명은 물리, 화학, 전기 분야의 박사 학위를 갖고 있고 나머지는 같은 분야의 석사학위 소지자들이다. 국내에서 연간 발생하는 화재 3만4천여건 가운데 2천200여건을 이들이 담당한다. 2천200여 건 가운데 98%가 전국 각 경찰서에서 과학적 규명을 의뢰하는 사건이고 나머지 2%는 검찰이나 법원에서 의뢰하고 있다. 화재연구실 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박남규(46) 물리분석과장을 제외하면 11명 화재조사원이 연간 처리해야 할 조사건수는 1인당 평균 200건, 한 달에 16건을 혼자 처리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이 처리하는 화재감정은 몇 일 만에 뚝딱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나가거나 현장에서 수집한 증거물을 연구소에 가져와 10-15일 동안 조사해야 감정결과를 내 놓을 수 있다. 이 많은 업무를 소화하기 위해 화재조사원 대부분이 매일 자정이 다 되어서야 퇴근하지만 밀려드는 의뢰사건을 제때 처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들의 책상 위에는 처리하지 못한 의뢰사건이 쌓여만 가고 경찰서에서 걸려오는 독촉전화는 끊이질 않는다. 특히 이천 화재사고처럼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모든 인력이 투입돼 우선적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므로 올해 의뢰가 들어온 43건은 언제 손댈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 박 과장은 20일 "범죄와 관련없는 민사 손해배상 사건까지 경찰에서 국과수에 공식감정을 의뢰하다 보니 업무가 폭주하고 있다"며 "범죄와 관련없는 화재는 소방서나 민간 화재감정단체에서 처리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중한 업무 외에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직업병이라 할 수 있는 피부병. 화재현장에 한번 투입되고 나면 온몸이 가렵고 그래서 무의식중에 긁고 있노라면 진물이 나고 피부가 벗겨지기 일쑤다. 17년간 화재조사원으로 일한 박 과장은 지난 2005년 피부암 수술까지 받았다. 그래도 한번 화재조사원으로 들어오면 그만 두고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만큼 자신들이 좋아서 선택한 일이기 때문이다. 열악한 장비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이들이지만 가장 절실히 원하는 것은 월급 인상이나 장비 교체가 아니라 화인규명 시험을 위해 꼭 필요한 '자연연소시험장'을 갖는 것. 임시방편으로 소방검정공사와 건설기술연구원이 보유한 연소시험장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지만 빌려 쓰다 보니 하고 싶은 시험을 마음껏 하지 못하는 것이 큰 애로사항이다. 국과수 화재감식요원 1호로 대구지하철 화재, 씨랜드 화재, 인천 호프집 화재 등 국내 대형 화재참사 현장에서 활약해 오다 지난해 말 안전사고TF 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윤회(57)씨는 "모든 화재 조사원의 목표는 정확한 화재규명을 통해 유사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 일을 시키느라 박사학위까지 받은 후배들을 '막노동'시키는 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