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공)약이 된 공약 ‘1호선 지하화’…이번엔 2호선도?_인식_krvip

空(공)약이 된 공약 ‘1호선 지하화’…이번엔 2호선도?_리베이랑 프레토의 빙고_krvip

2012년 3월 26일,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4.11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민주통합당 소속 후보자 13명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집무실을 방문했다. 바쁜 유세 일정 속에 박 시장을 찾은 이유는 바로 자신들의 지역구를 통과하는 지하철 1호선 구간의 지하화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후보들은 박 시장 면담 후 서울시의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철 1호선의 지상 구간을 지하화하겠다는 총선 공약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 공(空)약이 된 '1호선 지하화'...문제는 '13조' 비용 부담 당시 후보들은 “지하철 1호선 지상 구간은 철도 주변 개발 지체로 노후화돼 지역간 단절 및 소음, 먼지 피해를 초래하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인천역~서울역구간(39.1km), 구로역~금천구청역 구간(5.6km), 청량리역~창동역 구간(9km) 구간 등 총 53km를 지하화하겠다는 야심찬 공약을 발표했다. 이 공약 덕분인지 참여한 후보들은 대부분 의원 뱃지를 달았다. 방문자 13명 중 11명(85%)이 당선됐다. 이인영 (구로갑), 박영선(구로을), 김영주(영등포갑), 신경민(영등포을), 안규백(동대문갑), 민병두(동대문을), 전병헌(동작갑), 이목희(금천갑), 인재근(도봉갑), 김경협(부천원미갑), 김상희(부천 소사) 등 11명이 현역 19대 국회의원이다. 그 후 3년, 지하철 1호선 지하화 공약은 공(空)약이 됐다. 총선 이후 전혀 진척된 게 없다. 이 공약은 애초부처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평이 많았다. 공사 과정에서 벌어질 교통혼란도 혼란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비용. 지하철 1호선 53km를 지하화하는데 약 13조 5059억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추정이다. 민간 자본을 유치하고 지하 개발 후 지하 상점 운영 등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지하철 1호선 지하화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사실 이 정도 프로젝트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주도적으로 나서도 쉽지 않은데, 정부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며 “공교롭게 지하철1호선의 지상구간이 야당 의원들의 텃밭이라는 지리적 위치와 무관치 않다”고 주장했다. ◆ '2호선 지하화'는 가능할까 지하철 1호선 지상화가 전혀 진척되지 않은 가운데, 이번엔 지하철 2호선의 지상 구간에 대한 지하화가 추진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가 지하화 여부에 대한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시는 3일 지하철 2호선 지상구간의 지하화를 검토하기 위해 타당성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지하철 2호선 건립이 구상된지 40년만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첫 지하화 공론화에 나선 것이다. 지하철 2호선은 1972년 처음 계획될 당시 영등포~왕십리를 지나는 직선구간이었다. 하지만 74년에 서울을 휘감는 순환노선으로 바뀌면서 일부 구간은 지상에 건설됐다. 건설 비용 절감과 기술력 부족 때문이었다. 이번에 서울시가 조사하는 지하철 2호선 지상구간은 총 13개 역 18.9km다. 한양대역~잠실역(8.02km), 신도림역~신림역(4.82km), 신답역~성수역(3.57km), 영등포구청역~합정역(2.5km) 등이다. 이들은 대부분 지하철이 주거, 상업중심지역을 가로질러 적지 않은 민원이 발생하는 곳이다. 류훈 서울시 도시계획구장은 “이번 조사는 지하철 지상노선을 지하화하는 사업이 타당한지 검토하기 위한 것”이라며 “주변 지역과의 통합적 도시 재생 전략 및 사회적 합의를 거쳐 도시 철도 지하화에 대한 정책 방향을 구상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서울시의 의욕과는 달리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지하철 1호선의 지하화가 어려운 것과 똑같은 이유로 지하철 2호선 지하화도 결코 쉽지 않다는 얘기다. 공사과정에서 빚어지는 극심한 교통혼잡도 문제지만 복지 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수조원이 드는 지하철 지하화에 돈을 쏟아부을 재정적 여력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형평성이다. 일부 지역만 지하화했다가는 자칫 지역 곳곳에서 '우리는 왜 지하화 안해주냐"는 민원이 쏟아질 수 있다. 서울시내만 해도 지상, 고가 철도는 9개 노선(13개 구간)의 총 81.9km다. 경부, 경원, 경인선 등 국철 구간도 곳곳에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상 철도의 지하화 문제는 한번 시작하면 감당하기 힘든 판도라 상자가 될 수 있다"며 "파급효과와 공사비 등 신중히 검토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