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살리는 지역 전통주…일본의 ‘술’ 익는 마을_양식을 입력하여 돈을 벌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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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역의 전통주는 그 지역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대표하죠.

일본에서는 각 지역의 일본 전통주, 그러니까 사케 양조장들이 농가 소득을 올리고, 또 지역 음식 문화를 발전 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역과 함께 살아나는 일본의 전통술 산업 이승철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술을 빚기 위해 누룩을 만드는 작업. 모두의 손길이 바빠집니다.

쪄 낸 쌀을 식힌 뒤 숙성시키는 건데, 술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단곕니다.

탱크 안에서는 술이 한참 익어가고 있습니다.

["발효되는 걸 알 수 있죠?"]

과거에는 기온이 높지 않은 겨울 철에만 술을 빚을 수 있었지만 기계화가 되면서 이제는 1년 내내 '사케'를 생산합니다.

[고이즈미/술 빚기 장인 : "찐 쌀을 식히는 등 기계로 밖에 할 수 없는 여름 등은 자동화를 시켜서..."]

이 곳에서 술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쌀은 모두 이 지역 아오모리 산입니다.

지난해 이 양조장에서 술을 만드는데 사용한 쌀만 556톤. 아오모리는 원래 추운 날씨에 쌀 농사에 적합한 곳은 아니지만 술 원료로 쓰이면서 벼 재배가 활발해졌습니다.

[고이즈미/모모카와 양조장 생산본부장 : "이 지역에서도 재배할 수 있는 쌀로 품종 개량을 했습니다."]

술 공장에 쌀을 납품하고 있는 기무라 씨.

농민회 권유로 전통주 용 쌀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술 제조용 쌀을 계약 재배하면서 농가도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기무라/아오모리 농민 : "사케용 쌀은 비교적 단가가 비싸요. 술 회사 쪽에서 들어오는 수입이 확실해졌죠."]

아오모리는 3면이 바다에 접해 있어, 예전부터 해산물이 풍부합니다.

술 맛도 이 같은 특색에 맞게 발전했습니다.

[기타누키/아오모리 향토음식점 주인 : "해산물 짠 요리에는 강한 맛의 술이 어울리니까. 거기에 서로 맞춰 발전한 술과 요리라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아오모리 남부에 위치한 아키타는 산이 높고, 숲이 깊어 임산물 생산이 많은 곳입니다.

된장이 유명한데 여기에 맞춰 같은 전통주라도, 아오모리와 달리 이 지역 술은 보다 단 맛을 내는 쪽으로 발전했습니다.

[무라카미/아키타 향토음식점 : "냄비 요리 등 따뜻한 음식에는 단 맛의 술이라고 할까요? 요리 맛을 방해하지 않는 술이 (적절합니다)."]

일본 전국적으로 술을 빚는 양조장은 모두 1400여 곳.

우리 나라 도에 해당하는 현 한 곳에 30개 가량의 양조장이 있는 셈입니다.

[이마다/일본 술 정보관 관장 : "전통주 양조장을 하나의 중심으로 해서, 지역의 농업이 성립하고 또 식문화가 있고, 여러 면에서 지역 경제를 뒷받침하는 그런 좋은 구조를 만들어내는 거죠."]

일본은 1900년대부터 국가 차원에서 지역 양조장에서 사용하는 고유의 효모를 채취해, 보존 배양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현재 30종 가량의 전통주 효모가 규격화돼있습니다.

[오카자키/일본 양조협회장 : "우수한 효모를 배양하고 증식한 뒤 전국의 양조장에 판매해 사용도록 하면서 안정적으로 전통주가 생산되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판매된 효모 앰플만 3만 개.

쌀 2만 톤 이상을 술로 만들 수 있는 분량입니다.

전통주가 21세기에 산업적 의미를 갖는 이윱니다.

효모 가운데 가장 인기가 있다는 6번 효모.

온화한 맛과 향기로 1936년 분리된 이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 6번 효모가 최초로 분리된 양조장을 찾았습니다.

커다란 나무통이 가득찬 창고. 통 안에서는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옵니다.

["통 안을 균일하게 만들게 저어주는 겁니다. 안에 있는 쌀이 아무래도 좀 몰리게 되니까요."]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 됐지만 발효만큼은 옛 방법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1851년 세워진 이 양조장은 8대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도쿄대를 나와 기자생활을 하다 10년 전부터 가업을 잇고 있는 사토 씨.

그는 단순한 술 만들기를 넘어, 지역, 그리고 지역민과 함께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무농약에 비료도 전혀 쓰지 않는 유기농 쌀로 만든 술입니다.

[사토/아라마사 주조회사 사장 : "반딧불이나 잠자리나 이런 것들이 논으로 돌아오고, 그러면서 논 주변의 환경도 좀 더 매력적으로 바뀌고... 그러면서 좋은 쌀이 나와 맛있는 술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계곡을 따라 산에서 눈 녹은 물이 흘러내립니다.

농사에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귀한 물입니다.

["말라버리는 경우 없이 1년 내내 물이 풍부하게 흘러줍니다."]

그리고 그 물은 산 아래 논으로 흘러듭니다.

산 가운데 둘러싸인 논은 이 물을 받아 유기농 전통주를 만들기 위한 벼를 키워냅니다.

[가네코/아라마사 주조회사 출하 담당 : "개천 상류에 위치한 토지입니다. 하류에 있으면 상류로부터 (농약 등) 영향을 받지만 그런 우려가 비교적 적고..."]

점점 시들어가던 산골 마을도 술 빚을 쌀 농사를 하면서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스즈키/인근 마을 주민 : "논도 다시 쓸모가 있어지고, 80살이 넘어서도 쌀농사를 다시 하게 됐어요."]

지난해 일본 전통주 수출액은 220억엔, 우리돈 2천 200억이 넘었습니다.

10년 전 보다 3배 넘게 늘어난 수칩니다.

지역을 살리고, 일본 식문화의 첨병 역할을 해가며 세계로 뻗어가는 일본 고유의 술들, 전통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기회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키타에서 이승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