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뉴타운 _아니타 수상_krvip

당신들의 뉴타운 _추가 시간을 벌다_krvip

<앵커 멘트> 지난 총선의 최대의 승부처였던 서울지역에선 48개 선거구 가운데 무려 29곳에서 뉴타운 관련 공약이 나와, 이른바 뉴타운 선거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고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값은 크게 들썩였습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더 이상의 뉴타운 추가 지정은 없을 것이라는 서울시의 발표가 나오자 뉴타운 헛 공약에 속았다는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미 오를 만큼 오른 부동산 값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습니다. 오락가락하는 뉴타운 공약에 웃고 우는 현장의 민심을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서울 노원구 상계 4동의 양지마을,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지역입니다. 비닐과 판자를 얼기설기 얹어놓은 불안한 지붕이 곳곳에 덮여 있습니다. 리어카 한 대도 지나다니기 힘든 좁다란 골목길을 거쳐 한 가정집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부부와 아이 2명의 4식구가 살기엔 턱없이 비좁은 공간입니다. 임시로 벽에 발라놓은 종이는 여름 장마와 겨울 추위에 무용지물입니다. 무허가 판자촌이라 도시가스도 연결이 돼 있지 않아 겨울엔 난방비가 큰 부담입니다. <녹취> 달동네 주민: "겨울에 난방비가 130만원씩 들었어요. 아무것도 안해도요 샤워도 안하고 머리만 감아도 그래요. 여름 같은 때는 비가 세고 난리에요... 정말 이런 동네가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난 60-70년대 개발사업의 여파로 도심에서 밀려난 철거민들의 집단 이주정착지였던 이곳은 지난 2005년 말 서울시 3차 뉴타운 지구로 선정됐습니다. 개발 기대로 한껏 들 떠 있던 주민들은 선정된 지 3년이 다 되가는데 여전히 첫 삽도 못 뜨고 있자 답답하기만 합니다. 곧 이주를 해야 하는 형편이어서 집 수리도 하지 못하고 불편하게 지내야 하는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질 따름입니다. <녹취> 달동네 주민: "뉴타운이 되면 나라에서 해주는 거라고 하니까 믿고 있었는데 1,2년만 살면 철거가 되는가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떻게 올 겨울 보내야 될지, 당장 올 여름도 걱정이 되고..." 뉴타운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인근 마을에 사는 주민들도 걱정이 되긴 마찬가집니다. 이른바 뉴타운 후광효과로 부동산 가격이 대폭 올라 서민들에겐 더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온영란(뉴타운 인근 주민): "전세가격이 2-3천만 원 올랐는데 저희 전세 값으론 옮길 곳도 서울에서는 힘들고 근처 외곽 쪽으로 게 해야 할지..." 올 초부터 강북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떠오른 노원구 상계동의 아파트 단지, 지난 1월부터 석 달 사이에 무려 10%나 올랐습니다. <인터뷰> 유성현(부동산 공인중개사): "각종 호재가 겹쳤죠. 창동 차량기지 이전에 경전철 같은, 또 수요가 늘어나는데 공급은 그대로, 그 동안 저평가됐던 것에 대해..." 각종 호재가 겹쳐 안 그래도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이 지역 집 값 오름세에 기름을 부은 것은 뉴타운 추진 공약이었습니다. <녹취> 신지호(당선자/서울 도봉갑): "서울시 4차 뉴타운 선정할 때 최우선 지역으로 추진한다, 그리고 이건 제가 지난주 오세훈 시장과 협의를 마쳤습니다." <녹취> 정몽준(당선자/서울 동작을): "오세훈 시장을 만나서 사실은 이런 얘기 다 했고 오세훈 시장께서도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녹취> 유인태(낙선자/서울 도봉을): "서울의 뉴타운이 어떻게 국회의원이 할 공약입니까? 그런데 뭐 저도 했어요. 저도 추진하겠다고, 부끄러운 고백인데..." 지난 총선에서 뉴타운 관련 공약이 제기된 곳은 서울 지역 29개 지역구, 이 가운데 강북은 16곳에 달해 이른바 뉴타운 선거로 변질돼 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기가 무섭게 뉴타운 지정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 같은 공약을 부인합니다. <녹취> 오세훈(서울시장/ 지난 14일 평화방송 인터뷰): "(강북의 부동산이 값이 조금씩 들썩이고 있는) 그런 시점에선 서울시는 절대 뉴타운 추가 기정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점, 이 점은 분명히 하겠습니다." 선거 기간 동안 뉴타운 발 부동산 열풍이 불었다가 선거가 끝난 뒤 뉴타운 추가 지정이 어렵게 된 지역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먼저 도봉구 창동을 찾아갔습니다. 소형 평수의 아파트는 지난 몇 달 사이 평균 1억 원 정도 올랐습니다. <인터뷰> 도봉지역 부동산 구매자: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많이 올랐으니까 엄두가 안 나네요. 부담 정도가 아니라 이건 서민들은 쳐다보지도 못할 가격이에요. 저도 대출받아서..." 빌라들이 몰려 있는 도봉구 창 2.3동은 여전히 뉴타운에 대한 기대 효과 때문에 평당 천만 원 하던 것이 지금은 2천만 원이 넘어 버렸습니다. 이처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물건을 내놓았던 집 주인들은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고 계약해지도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상엽(부동산 공인중개사): "계약 해 놓고 잔금 치르려고 보면 많게는 5,6천 올랐어요. 불과 한 달 반 사이에, 그러다보니까 매도인 입장에선 위약을 하고 싶죠." 정부가 강북 집 값 안정 대책까지 내놓았지만 뉴타운으로 달아올랐던 부동산 가격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인터뷰> 함영진(부동산 써브 부동산연구실장):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효과가 더 클 수밖에 없는 것이 그 동안 오르지 않던 다세대나 다가구 주택들 까지도 전세가나 매매가가 많이 급증했기 때문에..." 오래된 빌라와 단독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동작구 사당동의 한 동네입니다. 건물이 낡았을 뿐 아니라 좁은 골목이 너무 많아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인터뷰> 사당동 주민: "공약을 냈든 안 냈든 간에 이런 데를 개발을 시켜줘야지 어디를 개발 시켜줘?! 상도동 같은 데는 여기보다 나아요. 그런데 아파트 개발 다 시켜줬잖아요." 이처럼 노후 된 동네가 많아서인지 이곳도 지난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으로 집값이 들썩거렸습니다. 여야의 거물급 후보들이 뉴타운 공약을 내걸어 지역 주민들의 기대도 한껏 부풀었지만 추가 지정이 없을 것이라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발언으로 지금은 맥이 빠져 버렸습니다. <인터뷰> 사당동 주민: "(주민들이)실망하고 정치권에 이용됐다는 느낌, 뭐 선거 때도 오세훈 씨도 오셔서 여기 뉴타운 해준다고 했었고 이번 선거 때도 그 공약이 나왔다가 아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아, 또 속았구나 그런 거죠." 하지만 뉴타운 공약으로 이 일대 아파트나 빌라의 가격은 이미 오를 만큼 오른 상태.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으로 남게 됐습니다. <인터뷰> 김수철(부동산 공인중개사): "세입자들이 이주하면서 이제 집을 장만하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실제적으로 지금 아파트는 물론 가격이 높아서 못 사고 빌라를 사고 싶어 했는데 빌라도 지금 가격대가 상당히 높아졌어요. 높아지면서 지금 이 사람들이 융자를 얻어서 살 한계를 넘어섰다 이거죠." 지난 2002년 강북 재개발사업 시범지구로 선정돼 사업이 시작된 은평구 진관내외동의 은평 뉴타운 단집니다. 이달 말 준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입니다. 오는 20011년까지 만6천여 세대가 입주하게 될 이곳을 녹지율이 30%에 달하는 리조트 같은 생태전원도시로 꾸민다는 게 서울시의 목표입니다. 서울시는 분양가를 많이 낮췄기 때문에 원주민들의 재정착율이 40%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융성(서울시 뉴타운사업기획관): "원주민 특별 분양을 해서 원주민들이 다양한 평수에 맞게 수준에 맞춰서 옛날 가지고 있던 토지 면적이 나오면 원주민들이 입주를 많이 하게끔..." 하지만 일부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지분이 턱없이 저평가됐기 때문에 보상금이 적어 도저히 입주하기 힘든 상황이 돼 버렸다고 항의합니다. <인터뷰> 박오현(은평 뉴타운 원주민): "평당 6-7백 보상받았는데 일반 분양하고 똑같이 되니까 보상금액의 2배를 줘야 들어가게 되는데 들어갈 방법이 없습니다. 또 전세 사는 사람들, 월세 사는 사람들, 그 사람들 다 지금 살 길이 없습니다." 재래시장에서 일하던 원주민들도 서울시가 보상 당시 약속을 지키지 않아 소송에 들어간 상탭니다. 주민들은 7,8백만 원의 낮은 보상금액에 합의한 이유가 토지를 제공받기로 약속했기 때문인데 이제 와서 서울시가 발뺌한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김영배(재래시장 상인 대표): "재래시장 상인들을 모아놓고 땅을 주겠다고 설명회도 하고 이렇게 다 해 놓고 지금 못 주겠다, 상인들은 그 동안 그것만 기다리고 있고 어디 가서 장사도 못 하고 그랬는데..."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뉴타운은 모두 26곳, 이 가운데 입주가 시작된 곳은 시범 뉴타운인 길음 뿐입니다. 2차 뉴타운 중엔 12곳 가운데 3개 구역만 착공했으며 3차 뉴타운은 아직 재정비촉진계획이 수립 중이거나 계획만 결정된 사업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따라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임기 내 뉴타운을 추가 지정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입니다. <인터뷰> 김용진(부동산뱅크 마케팅 본부장):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뉴타운 지구 지정의 가부 여부는 사실 내 집 마련 측면의 서민들 입장에선 지분 값만 올리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으로선 오히려 뉴타운에 대한 논의 자체를 잠시 접어두는 게 시장 안정을 위해선 바람직하지 않느냐… 이렇게 보여집니다." 뉴타운 개발 당시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일부 전문가들은 뉴타운의 동시 다발적인 진행으로 인한 혼란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순차적인 개발을 하지 않으면 이주 수요가 몰려 부동산 가격의 급상승이 우려된다고 여러 번 경고했지만 서울시가 그냥 밀어 붙였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합니다. <인터뷰> 변창흠(세종대 교수, 前 서울시 뉴타운 자문위원): "출발부터 문제가 내재돼 있었던 게 이제 나타나는 겁니다. 가옥주 입장에선 주택 가격이 상승돼 부분적으로 만족감을 가질 순 있지만 주택 가격이 다 올라 버렸기 때문에 새로운 주택을 구입할 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되는 것이거든요. 처음 시작할 때 너무 신중하지 못했고 그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고 추진한 것이 아쉽다." 뉴타운 발상의 원조인 영국에서도 도시를 한꺼번에 모두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10-20년의 장기간에 걸쳐 개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변창흠(세종대 교수, 前 서울시 뉴타운 자문위원): "환경만 개선되고 사람들은 쫓겨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재정비 사업을 추진할 땐 항상 사람을 기준으로 거기 사는 주민들을 기준으로 주민들의 사회 경제적 여건이나 부담 능력을 기준으로 재정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을..." 서울 강.남북 균형 개발의 핵심 전략으로 추진돼 온 뉴타운 사업,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정치권의 선거용 도구로 전락해 버려 집 값 상승만 부채질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당선을 위해 쉽게 내뱉으면 그만이지만, 뉴타운을 기대했다가 속았다는 실망감과 부동산 폭등에 따른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서민들은 속이 타 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