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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녹취> 국토부 물류산업과 담당자 : "택배 시장에 부족한 차량을 증차해주면서 (불법) 자가용 차량도 흡수하는 모양을 가지면서 증차를 해준 거죠"

<인터뷰> 박기영(용달화물 기사) : "택배 문제도 그렇고 지금 (불법)자가용들이 설치고 이러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인터뷰> 한영환(서울시 용달화물자동차 운송사업협회 전무) : "(영업용) 번호판을 시중 시세대로 매각을 하고 그다음에 새롭게 배 번호를 (정부에서)무상으로 받으면 거기에서 엄청난 수익이 나지 않습니까"

<오프닝>

"택배 왔습니다" 라는 반가운 소리를 듣기 위해선 이런 화물차가 필요합니다.

온라인 쇼핑 등이 늘면서 택배 시장은 급성장했고 당연히 차량은 부족해졌습니다.

하지만 영업용 화물차는 정부의 공급량 조절 정책으로 2004년 이후 그 수가 묶였습니다.

택배 업체들은 정부에 증차를 요구했고 2013년 택배 전용인 이 '배'자 번호판이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배' 번호판 등장 이후 화물 운송업계는 뿌리 깊은 갈등,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에 휩싸였습니다.

화물 운송 시장에는 도대체 어떤 일이 생긴 걸까요?

<리포트>

<녹취> "택배 왔습니다!!!"

17곳의 기업들이 경쟁하는 치열한 배송 시장, 택배 기사들은 밥 먹을 시간까지 아껴가며 분초를 쪼개 일합니다.

<인터뷰> 정순문(택배 기사) : "빨리 나오고 빨리 먹을 수 있으니까 거의 면 종류로...면 종류를 많이 먹습니다. 시간과의 싸움이니까. 이게 택배 물량은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급증하고 있습니다."

2009년 10억 상자 정도였던 택배 물동량은 올해 20억 상자를 넘길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류 업체들은 늘어나는 택배 수요에 맞춰 증차를 요구했고 정부는 지난 2013년 이후 2만 천여 대의 새로운 영업용 화물차 이른바 '배'자 번호판 차량을 허가해 줬습니다.

무허가 자가용 트럭 영업을 줄이자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녹취> 국토부 관계자(변조) : "2012년도에 쭉 분석을 해봤어요 해 보니까 어라? 택배차가 부족하다고 나오는 거예요. 그리고 또 그게 입증이 되는 게 시장에서 (불법)자가용 차량이 한 만 몇천 대가 있는 겁니다."

'배' 자 번호판을 단 2만 천여 대의 택배 전용 화물차들이 시장에 나온 지 2년이 지난 지금, 택배 시장에서 자가용 트럭 불법 영업은 사라졌을까?

서울 영등포구, 한 대기업 택배 회사 배송 차량에 하얀색 번호판이 달렸습니다.

자가용 화물차로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택배 차량은 모두 만 7,000여 대, 이 가운데 5천 4백 대가 자가용 화물차로 영업용 화물차 5천 백여 대보다 많습니다.

<녹취> 00 택배 관계자(변조) : "해마다 택배 물량은 늘어나는데 영업용 번호판은 규제 때문에 발급이 묶여있고 그렇다고 배달을 안 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자가용으로 택배 배달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국토부 조사 결과, 지난해 말 현재 택배 시장의 총 화물차 수는 모두 4만 6천 대로 3년 전에 비해 만 대가 늘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면 영업용 차량이 2만 4천 대에서 만 오천대로 줄었고, 불법 자가용 화물 차량은 만 2천대에서 만대로 줄었습니다.

증차 이유였던 불법 자가용 차량은 고작 2천 대 줄어든 반면 합법적인 영업을 하던 영업용 화물차가 9천 대나 줄어든 겁니다.

이 9천 대의 영업용 차량은 어디로 갔을까?

취재진이 입수한 서울 한 구청 명의의 서류입니다.

한 대형 택배회사 소유 영업용 화물차들이 금천구 한 운수회사에 팔렸다는 내용입니다.

'아.바.사.자'의 노란색 번호판을 단 영업용 화물차는 신규 허가가 제한되면서 차 번호판 하나에 2,500만 원 정도의 웃돈이 붙어있습니다.

<녹취> 화물운송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A라는 법인에서 B라는 법인에다 (영업용 화물차를) 팔았잖아요. 법인에 팔았으면 3대 팔았으면 3대 값에 대한 프리미엄 값은 택배 회사가 챙기죠. 그러면 차 모자라면 '배'자 넘버 또 받지 않습니까"

<녹취> 중소 택배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영업용 아.바.사.자)번호판이 있을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처음 살 때 (프리미엄)500만 원, 1,000만 원 주고 샀는데 지금 가치가 2천만 원, 3천만 원 하니까 얘네(대기업 택배회사)입장에서는 파는 게 맞는거죠...'배'자(번호판)는 공짜로 받으니까"

해당 택배 회사는 영업용 화물차를 판 적이 없다고 부인합니다.

<녹취> 00 택배 담당자(음성변조) : "증차 당시부터 현재까지 저희가 한 대를 늘렸으면 늘렸지 그렇게 외부로 판매한 적은 전혀 없습니다. ((00 택배 명의의) 영업용 화물차가 양도된 적은 없다?) 예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국토부 설명은 다릅니다.

<녹취> 국토부 물류산업과 담당자(음성변조) : "(영업용 화물차) 9천 대가 없어진 거잖아요 회사에서 갖고 있어야 되는데 안 갖고 있다 안 갖고 있으면 팔았겠죠. 아니면 허가 취소를 당했든지 해야 되는데 요즘에 업체에서 허가취소 당할 일이 없거든요. 프리미엄 받고 파는 거죠."

정부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택배 차량이 부족하다고 해서 정부가 차량 허가를 늘려줬는데 택배 회사는 정작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영업용 화물차를 웃돈을 받고 시장에 팔았다는 얘기입니다.

<녹취> 국토부 물류산업과 담당자(음성변조) : "'배'자는 증차 받고 또 모자란다고 자가용(쓴다고 하고)...그러니까 택배 업계에서 자가용이 남는다고 해서 증차를 해달라고 하면 그거는 논리가 틀린 거예요. 왜냐하면 사업용 팔고 거기다가 다시 (불법)자가용 붙이고 (불법)자가용이 많으니 증차해달라..."

CJ 대한통운, 한진택배, 현대택배 등 17곳 택배 회사들이 만든 한국통합물류협회, 협회 측은 개인 사업자가 번호판을 판 뒤 자가용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통합물류협회 관계자(음성변조) : "(영업용)면허를 갖고 있는 차들이 자가용을 받기 위해서 영업용은 매도를 하고 자가용으로 전환을 했다가 증차를 하는 이런 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취재진이 입수한 계약서에 명시된 영업용 화물차가 택배 회사 명의라는 사실에 대해선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마트 안으로 '배'자 번호판을 단 택배 전용 화물차가 들어갑니다.

십여 분 뒤 물건을 싣고는 마트를 빠져나갑니다.

택배만 해야 하는 전용 차량이 대형마트에서 배송을 하는 걸까?

<녹취> 배송기사(음성변조) : "('배'자 번호판 있잖아요. 택배만 하라고 내준 번호판 아닙니까?) 근데 요즘엔 다 해요. 다 그렇게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계약하는 건가요?) 아뇨 우리도 택배회사죠 00 택배 회사에요. (하루에 몇 대 정도 나가요? 여기는?) 다섯대요."

마트 측은 택배회사에서 문제 될 게 없다고 해 공식적으로 계약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대형마트 관계자(음성변조) : "문의를 했는데 그때(증차)당시에 온라인 택배 가능한 곳을 (택배회사가)국토부에 문의를 했는데 그때 당시에 문제가 없지 않겠냐 정도...뭐 공식적으로 한 것 같지는 않고"

택배사는 적법하게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00 물류 회사 담당자(음성변조) : "2013년도에 저희가 '배' 번호판 증차 당시 적법하게 마트 근거리 배송은 적법하게 허가를 받아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그 증거로 2013년 국토부 민원 내용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3월 내려진 국토부 해석은 전혀 다릅니다.

택배 운송 사업허가를 받은 자가 택배 화물이 아닌 대형마트 화물을 배송하고 있다면 행정 처분 대상이 된다는 겁니다.

<녹취> 국토부 관계자(음성변조) : "마트에서 운행하는 거 보셨어요? 마트 영업은 그건 택배 영업이 아니라고 이미 지침을 내렸고 허가 취소하겠다고 이렇게 했고요."

서울 용산구 한 사업용 용달차 영업소.

골목골목에 영업용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습니다.

짐칸은 모두 비었습니다.

<녹취> 영업용 용달 업체 관계자 : "(2013년 14년도에 '배'자 번호판이 많이 나왔잖아요 영향이 좀 있나요?) 그 영향 때문에 지금 우리 용달 물량이 반으로 줄어든 거죠 (원래 '배'자 번호판은 택배만 사용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죠. 택배만 사용하면 우리하고는 관계가 없죠 우리 물량하고는...근데 자기네들 택배 물량도 실어나를 게 없으니 우리 기업 물류까지 손을 대는 거예요."

기사들은 너도나도 힘들다며 하소연을 털어놓습니다.

<인터뷰> 이용지(용달화물 기사) : "우선 일이 없고 일이 그나마 있어도 싸게 나가는 거예요. 일을, 그나마 있는 것도 그래서 갔다 와 봐야 별로 남는 게 없어요 갔다 와 봐야..."

<인터뷰> 박기영(용달화물기사) : "경기도 어렵다 하지만 택배 문제도 그렇고 지금 (불법)자가용들이 설치고..이러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우리는 살기가...택배에 뺏기고 자가용에 뺏기고 이러니까..."

대기업 소속이 아닌 영업용 화물차들은 일감이 없어 놀고 있지만 택배 회사들은 여전히 차량이 부족한 상태라며 증차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3,500대 정도의 '배'번호판 화물차들이 추가로 택배 시장에 나옵니다.

배 번호판 차량까지 화물차 시장을 잠식하면서 일반 영업용 화물차들의 운임 단가는 뚝 떨어졌습니다.

<녹취> 용달화물기사 : "운임도 낮아지고 그러니까 서로가 일이 없다 보니까 만원에 갈거 우리가 7천 원, 8천 원...할 수 없이 가는 거예요 어쩔 수 없으니까 그거라도 벌어야 하니까..."

<녹취> 화물운송 업계 관계자 : "대기업(택배 회사)에서 갖고 있는 '배'자 넘버도 일반 유통회사로 들어오고 그러면 일반 중소기업들이 대기업하고 싸워서 저단가로 들어오는 거를 경쟁할 수가 없죠 대기업 물류회사들이 유통회사들한테 중소회사들 물건들을 빼앗아가고 있는 그런 입장입니다."

지난 2000년 6천억 원 정도였던 국내 택배 시장은 이제 연간 4조 원 시장으로 커졌습니다.

무려 6배가 넘는 성장.

이런 급격한 성장세를 배경으로 등장한 '배' 번호판이 자칫 대기업 택배 회사들이 편법으로 '배'를 불리는 데 이용되고, 중소 화물사업자, 개인용달기사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재점검이 시급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