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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복권 판매점, 쉴 새 없이 손님이 몰려듭니다. 2십대 젊은 남녀에서 3~4십대 직장인, 자녀와 함께 온 5~6십대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길게 줄을 섰습니다. 하지만, 사려는 복권은 이미 동이 났습니다. <녹취> "(이거는 안 팔아요?) 연금 복권은 월화수 3일 동안 팔아요. 다음주에 오시면 다다음주 5회꺼 팔아요" 매진 사례는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 연금 복권을 판매하는 공식 판매 사이트는 판매 개시 반나절 만에 동이 났습니다. <녹취> 복권 구매 고객 : "(몇 장이나 사셨어요?) 4장이요. (왜 4장 사셨어요?) 확률이 높다보니까" 로또 복권 출시 이후 8년 만에 불고 있는 신 복권 열풍. 우리 국민들은 왜 복권에 열광하는가? 복권은 과연 이들에게 인생 역전의 대박과 노후 안정의 꿈을 이뤄줄 것인가? 요즘 시중에 없어서 못 산다는 복권이 화제입니다. 복권 하면 '인생 대박'과 '로또'를 떠올리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매월 꼬박꼬박 20년 동안 당첨금을 탄다는 연금식 복권이 로또 복권 이후 새로운 복권 열풍의 주역이 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행운 산업으로 불리는 복권. 복권 열풍의 이유와 국내 복권 산업 이면에 숨겨져 있는 불편한 진실을 취재했습니다. <녹취> 복권 추첨 : "1등 당첨시에는 안정된 노후를, 낙첨되더라도 나눔의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연금 복권 520...준비하시고 쏘세요." 매주 수요일 저녁 생방송되는 연금 복권 추첨 현장입니다. 숫자가 적힌 판에 활을 쏘아서 7등부터 1등까지 번호를 추첨하는 방식. 예전의 주택 복권과 같습니다. 드디어 1등 당첨번호가 나왔습니다. <녹취> "네, 축하드립니다. 월 500만원씩 20년간 지급됩니다" 이달부터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시된 연금 복권 520. 복권의 이름처럼 1등에 당첨되면 당첨금 12억 원을 매달 5백만원씩 20년 동안 연금처럼 받습니다. 한꺼번에 거액을 받는 로또와 달리 꼬박꼬박 돈을 받을 수 있어 한탕주의가 낳는 불행이나 폐해도 막고 안전하게 노후를 보장해 준다는 겁니다. 주 구매층도 노후가 불안한 4~5십대 가장들. <인터뷰> 김준수(자영업) : "아무래도 나이도 50 됐다보니까 당첨되면 노후 보장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연금으로 받는다면 더없는 행복이죠." 뿐만 아니라 복권에 관심이 없었던 여성과 노년층, 20대 젊은 층까지 새로운 복권 구매 층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순례(복권 판매점) : "새롭게 생긴 층이죠. 3,40대 주부, 직장이느 2,3,4,50대까지 주부 직장인 많습니다. 새롭게 생겼어요' 판매점마다 매주 전량이 매진되는 것도 모자라 그 다음 주 추첨분까지 매진돼 돈 주고 살래야 사기도 힘듭니다. <인터뷰>김순례(복권 판매점) : "이번 주 판매하는 추첨하는 분을 사러왔는데 없으니까 또 그 다음 회차를 사시게 되니까 계속 모자라게 되는 거죠." 고령화 시대 안정된 노후를 기대하기 힘든 서민층의 불안 심리를 제대로 이용한 셈입니다. <인터뷰>임택훈(연합복권 부장) : "평균 수명이 연장되고 있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소비자들의 트렌드가 그쪽으로 많이 쏠려져 있고요, 두번째는 고액 당첨금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서울의 한 복권 판매점, 1등이란 광고가 여기 저기 나붙어 있습니다. 로또 1등 당첨자를 다수 배출한, 이른바 명당으로 알려지면서 말 그대로 연일 문전성시입니다. <인터뷰> 복권 구입 손님 :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옆에서 간다길래 함께 왔죠. (아는 분 따라오셨군요)" 멀리 있는 손님을 위해 우편 판매를 시작한 후엔 해외에서까지 복권 주문이 들어옵니다. 손님 숫자가 매주 평균 4만 명에서 최고 6만 명에 이르면서 판매량은 무려 7만 건을 넘습니다. 로또 복권 판매 수수료는 매출액의 5%. 그렇다면 이 판매점의 수입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인터뷰>김현길(복권 판매점 사장) : "다른 사람들은 억대 연봉을 내는 걸 자랑하잖아요. 저는 세금만 억대 세금을 내요. 세금 되게 많이 내고, 뭐 모범 납세하고 뭐 별 거 다해요." 지난 2천2년 12월 출시된 이후 복권 산업 매출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 로또. 2003년과 2004년에는 무려 3조원대를 웃돌다 정부가 1인당 구매 상한액을 10만원으로 제한하면서 해마다 2조원대 매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누적된 매출은 23조 천억여 원. 전체 복권 매출의 95%를 차지합니다. 새로 출시된 연금복권과의 흥행 대결도 관심입니다. 연금 복권은 매주 630만 매로 총량이 제한돼 전량 매진됐을 때 매출액이 63억 원. 판매량에 제한이 없는 로또의 평균 매출 5백억 원과 비교하면 대략 8대 1입니다. 연금 복권 열풍이 몰아쳐도 복권 시장의 절대 강자는 역시 로또입니다. 서울의 한 식당 주방장으로 일하는 나영환씨. 매주 빼놓지 않고 가는 곳이 있습니다. <녹취> "지금 로또 사러가요" 나씨가 향한 곳은 근처의 복권 판매점. 만 원을 주고 로또 복권 2장을 샀습니다. 혹시나 1등 한 번 될까 하는 생각에 꼬박 꼬박 복권을 산 지 5년. '혹시나'가 늘 '역시나'로 끝나지만, 1등에 대한 꿈은 버리기 힘듭니다. <인터뷰> 나영환(식당 주방장) : "안 될 때마다 좀 약간 아쉬운 생각은 있지만 다음 주 또 기대하면서 그런 시간이 있으니까 그러면서 또 일하고 하는 거니까요" 팍팍한 일상에 지친 서민들 상당수가 매주 구입한다는 복권 한 장. 복권 열풍의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로또 복권의 역대 1등 당첨자는 지난 23일 현재 2,480명. 이 가운데 지난해 당첨자를 조사한 결과 월평균 소득액은 3백만 원 미만이 42%, 2백만 원 미만이 27%였습니다. 가장 많은 직업은 생산직이나 운수, 단순 노무자가 27%, 자영업자는 17%. 다음이 무직과 주부, 학생 순으로 대부분 서민층으로 분석됐습니다. 복권 판매점 업주들도 손님 대부분이 서민층이라고 말합니다. <인터뷰> 판매점 주인 : "서민들이 진짜 천 원짜리, 동전이 제일 많이 들어와요. 우리가 별로 동전 필요 없는데. 동전 한 주먹 가지고 와서 로또 주세요." 현실에선 좀처럼 이루기 힘든 경제적 신분 상승의 꿈. 이루기 힘들수록 그 꿈은 간절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판매점 주인 : "칠순 노인네가 1,2천원 갖고 와가지고, 당첨되면 뭐하시려고 그럽니까 그러면 우리 딸이 못사니까. 역시 부모는 자식 밖에 없다고..." 한 영화에선 어느날 갑자기 하느님이 된 주인공이 부자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의 소원을 이메일로 받고 전부 복권에 당첨시켜줬습니다. 결국 1등 당첨금은 고작 17달러, 사회엔 폭동과 혼란이 일어납니다. <인터뷰> 판매점 주인 : "아, 힘드시지 않을까. 4,50대에게 팔면서도 조금 무거운 감은 있어요. 꼭 되셔야 되는데 다 될 수는 없지 않습니까.(연금복권의 경우 1등이) 매주 두명씩이다 보니까 다 드릴 순 없고..." 이 때문에 경제적 불평등 정도가 심하거나 복지 안전망이 취약할 사회일수록 복권 열풍은 거세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서해성(작가/한신대 외래교수) : "아무래도 국가 연금 제도라든지 사회 보장제도라든지 이런 것들이 굉장히 빈약하기 때문이죠. 사실은 복지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사회라고 한다면 그런 복권에 휘둘리지 않겠죠" <녹취> 뉴스 자료 : "로또와 주식에 전 재산을 쏟아부은 부녀가 결국 돈을 다 날리자 동반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녹취> 뉴스 자료 : "김씨는 이미 주식과 펀드 등에 투자하며 당첨금 35억원을 모두 날리고 빈털터리가 된 뒤였습니다." 복권이 불행이 된 사연도 갖가지. 그래도 사람들은 여전히 복권방에 몰립니다. 국내 복권 판매점은 무려 만 5천 곳. 전국에 사업자 등록을 하고 있는 제과점이나 슈퍼마켓보다도 많습니다. 각종 확률과 이론에 근거해 당첨 번호를 미리 알려준다는 책자와 인터넷 회원제 사이트도 넘쳐납니다. <인터뷰> 서종호(경기도 안양) : "아버님 영정 표지판이 15744거든요. 가끔 그 번호 연결해서 15번 1번 5번 이렇게 연결해가지고..." <인터뷰> 복권 구매 고객 : "홀수 짝수로 가는 거요. 다음 주는 홀수가 이번 주는 짝수로 그런 방식으로. (지금까지 당첨되신 적은?) 없어요. (한 번도 없으세요?) 네." 로또 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45개의 숫자 가운데 6개를 맞히는 비율, 즉 814만 5060분의 1. 여러가지 비유가 있지만, 지극히 낮은 수치입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독성이 낮다고는 하지만 우연에 의해 재산상의 이익과 손실을 준다는 점에서 복권은 사행 산업, 즉 도박에 속합니다. <인터뷰> 강준희(복권위원회) : "과도한 구매를 한다고 해서 당첨된다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그렇고 확률적으로 그렇고 발생하기 참 어렵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국내 최초의 복권은 지난 1947년 올림픽 참가 비용 마련을 위해 발행한 올림픽 후원권. 상금 100만 원을 걸고 백원씩에 140만 장이 발행됐습니다. 국민이 복권 한 장을 사면 그 수익은 어떻게 배분될까? 복권 천 원 한장 가운데 500원이 당첨금, 100원은 판매점 수수료와 발행 경비, 나머지 400원은 정부 기금으로 적립됩니다. 이렇게 적립된 복권 기금이 매년 1조 원에 이릅니다. 강제력이나 조세 저항 없이 공공 재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발적 성격의 준조세로 정부 입장에선 매우 이상적인 재정 조성 수단입니다. <인터뷰>강준희(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 "우선적으로 저소득층 소외계층 복지 국가유공자 복지, 복권 법에 나와있는 용도에 따라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금은 과학기술과 근로복지 등 10곳에 일괄 법정 배분되고 나머지는 주거 안정과 복지 등 저소득층 지원에 쓰여집니다. 문제는 대부분 복권 구매자가 서민 계층이라는 점. 서민층 지원을 위한 공적 기금이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건데, 조세 정의나 형평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터뷰> 서해성(작가/한신대 외래교수) : "사실 돈이 좀 많은 사람들 것을 좀 가져다가난한 사람들 도와주는 게 정상적인 것이죠...가난한 사람들 가지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전혀 부합하지 않고 사회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입니다." 국민들에게 한 주동안 행복을 꿈꾸게 한다는 복권 산업. 많이 팔려도 걱정, 적게 팔려도 걱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서민들의 간절한 소원에 매긴 세금이라는 점에서 복권 기금의 투명하고 효율적인 집행은 물론 조세 형평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